두 단어로 이루어진 책 제목 <마흔의 서재> - '마흔', 그리고 '서재' - 요즘 나에게 큰 변화를 주고 있는 단어들다. '마흔'은 아시다시피 피할 수 없는 세월의 화살이 되어 드디어 내 코 앞까지 와 있고, '서재'는 우연찮게 요즘 읽는 책들이 이전 보다 늘고 있다는 것이 이 책을 접할 때 내게 일어나고 있는 작은 변화다. 그런데 생각해보니, 하나는 어쩔 수 없는 것이라고 한다면 또 하나는 내가 선택한 것이었다. 이렇게 이 두 단어는 어쩌면 짝이 될 수 없는 - 한참 일하고 부지런히 뛰어야 할 마흔, 어떻게 하면 자리를 잡기 위해 동분서주 하는 마흔에 '서재'란 어울리지 않아도 이렇게 어울리지 않는 짝이 또 있을까 싶다.
그래서 그런지 묘한 매력을 지닌 조합 같다. <마흔의 서재> - 감히 범접하지 못하는 그런 포스인가?
이 책이 가진 또 한가지 특징이 있다. 그것은 이 책은 하나의 서평집이라는 점이다. 각 장마다 저자가 마흔 즈음에 한적한 시골 호수가에 집을 짓고 읽은 여러권의 책들에 대한 서평으로 이루어져 있다. 그리고 그 책들의 수 많은 메아리로 되어 있다. 이미 저자가 읽은 많은 책에서 저자가 말하고 싶은 <마흔의 서재>를 정리하고 그것이 곧 이 책의 주제이기도 하다. 진짜로 <마흔의 서재>를 공개한 것이다. <마흔의 서재>를 꾸미고, 또 그 책을 읽고 쓴 책이 <마흔의 서재>다. 책과 독서의 관한 책이자 '마흔' - 인생에 관한 책이기도 하다.
이 책은 많은 여운을 (아쉬움인가?) 남기는 책이다. 아쉬움이라고 한 것은 책에 대한 아쉬움이 아니라 이 책 앞에 서니 그리움이 거울처럼 비춰서인지 모르겠지만 아무튼 저자의 의도를 알고 나니 - 내 마음을 들킨것 같기도 하면서 마냥 좋으면서 그렇지 못한 현실에 대한 아쉬움이다.
책을 읽으며 '책을 읽는다'는 것에 대해 생각하게 되었다. 텍스트를 읽는 것 - 그것은 시간이 걸리는 작업이자 노동이다. 글을 빨리 속독으로 읽는 방법도 있겠지만 아무튼 정독을 전제로 한다면 텍스트에 눈을 고정하고 음미하며 생각하며 책을 읽는 것은 시간 소비에 비례한다고 할 수 있다. 그런 시간의 소비가 책을 읽는 본질에 가장 근접해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시간이 많은 사람이 누가 있겠는가. 다 같은 하루 24시간이 주어졌으나 그것을 확장하고 제 4차원의 세계를 만들어주는 것이 책 읽기 아닌가 말이다. 이러한 '책읽기' 자체가 이 책이 말하는 <마흔의 서재>의 모습이 아닌가 한다. 그저 앉아서 책을 읽는 모습 말이다.
이 책이 마흔의 위로라고 스스로 생각한 것은 참 슬픈 현실이다. 근래 들어 김난도 선생님의 <아프니까 청춘이다>에 이어서 <천번은 흔들려야 어른이다>가 매우 베스트셀러인데 아마 이 책이 그 뒤를 잊는 마흔 시리즈가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누가 뭐래도 정말 마흔은 인생의 분수령이지 않나 싶다. 열심히 커서 배우고, 또 일하며 달려와서 보니 이룬것 못 이룬것이 눈에 선명하게 보이니 말이다. 산의 정상에 오른것에 비유할 수 있을까? 좋은 날 만나서 잘 보일 수도 있고 굳은날 만난 나는 산 아래 내가 오른길이 잘 보이지 않는다. 또 늦게 오를 수도 있고 빨리 오를 수 있지만 인생의 정상은 세월에 의해 누구나 오르는 그런 정상 말이다. 정상에 올라와 자신의 세계를 내려다 보는 것 - 잘 사는, 높은 빌딩에 삐까번쩍 할 수 있겠지만 또 그렇지 못한다 할지라도 아름답고 멋진 풍경이 될 것이다. 또 산 위에서 보면 모두 아무것도 아니고 도토리 키재기에 불과하다. 그것은 정상에 오른 것 그 자체가 보람되고 뿌듯함 그런 것이다.
그리고 이제 다시 내려갈 준비를 누구나 해야 한다. 풀렸던 다리에 힘을 더욱 주고, 눈을 다시 발 앞에 두며 한 걸음 한 걸음 내려가는 하산의 길은, 산을 오르는 것보다 중요하고 그만큼 위험하다. 그 내려감에 대한 준비, 내려가기 위한 준비 - 언제까지 자신이 이룬 것을 보고만 있을수는 없지 않은가 말이다. 해가 져서 어두워 지기 전에 모든 것을 다 내려 놓고, 전방 좋은 시원한 바람을 포기하고 다시 내려가야 하는 산길 말이다. 아무튼 이 책은 많은 생각을 잇게 해주는 책인 것 같다.
다 소개하지 못하지만 책에서 마음의 쉼과 울림을 주는 글 귀들이 많다. 이 책 저자의 특기 인것 같다. 실제로 나는 이 책을 지옥철, 흔들리는 버스에서 읽었건만 마치 서재에 조용히 앉아서 이 책 저책 보며 쉼을 누린 것 같다. 이 하나의 책이 아니라 이 책이 머금고 있는 많은 책과 또 고미한 저자의 마음에서 비롯된 것이리라 생각된다.
내일이면 월요일 - 스트레스가 저기 쓰나미처럼 몰려오는 것이 보이지만 그 모든 것을 내면의 힘으로, 책의 힘으로, 서재의 힘으로, 공강과 시간을 초월 할 수 있는 마음의 힘으로 이겨내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이 책의 서평을 마무리한다. (지금 시간 월요일 새벽 2시가 다 되어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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