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침없이 하이킥 (vs) 지붕뚫고 하이킥 - 요즘 "E채널"에서 거침없이 하이킥을 때늦게 재밌게 보고 있다. 단순히 재밌을 뿐만 아니라 어쩌면 저렇게 사람의 마음을 잘 알고 시나리오를 썼는지 보면서 깜짝 깜짝 놀랄때가 많다. 서민정선생을 놓고 이민용 삼촌과 이윤호 학생은 사랑의 라이벌이 된다. 그러나 한 가족이고 삼촌 조카 사이라서 단순히 사춘기의 감정으로, 혹은 시트콤으로서의 재미로 치부해 버릴 수 있지만 그렇게 단순하면 재미없지. 어느날은 이민용삼촌이 서민정선생 차에서 내리는 것을 이윤호학생이 보게 된다. 윤호학생은 매우 심각하고 떫은 표정을 지으면서 DVD가게에 같이 가자고 하는 이민용삼촌을 심각하게 처다보더니 갑자기 윤호학생이 마구 너스레를 떨면서 이민용삼촌을 장난끼로 덮친다. 이것을 보면서 사람의 심리를 잘도 풀어냈다고 생각했다. 윤호학생은 계속 심각하게 라이벌로 가봤자 얻을게 없으니 어리광을 피우면서 상대를 안심시키는 것이 아닐까? 거기서 바로 "씬"이 끝난다. 그냥 보면 넘어갈 수 있는 장면이지만 사람의 심리를 모르고서는 이런 장면 시나리오가 나올 수가 없다.
또 한가지 있다. 윤호의 형님인 이민호가 삔뜯기고 들어오니 돈을 주어 가면서 학교짱인 윤호한테서 호신술을 배우지만 아무 소용도 없다. 그러다가 씻고 와서 보니, 민호가 갑자가 온 집안 식구들을 차례 차례 쓰러뜨리면서 6전 6승을 하지 않는가. 가만히 봤던 그의 아빠인 준하아빠가 모든 가족들에게 져주라고 한 것이다. 신난 민호는 모든 가족을 2-4번씩 쓰러뜨리고 또 쓰러뜨리면서 승리의 쾌감을 맛본다. 결국 끝에는 자신을 삔뜯은 형아 한테 덤비다가 비오는날 (정말 비오는 설정이었다) 먼지나게 (진짜 TV에서 먼지가 났다) 맞고 말았지만 나는 또 이 시트콤의 이야기를 보면서, "와~ 정말 그렇지 않은가!"라고 생각했다. 왜냐하면, 정말 민호가 세상의 기준으로는 싸움을 못하는 "찌찌리"이지만 가족 안에서는 그게 극복/반전이 되어버린 것이다. 이것이 나에게 신기했다. 여기서 세상의 기준이 맞나? 그렇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이다. 가족 안에서는 이것이 극복이 될 수 있다. 모든 사람의 합의 하에 말이다. 신기하다.
이것은 또 가족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성경의 영적인 원리를 보여주는 것같다. 가족은 그것을 투영하는 그림자일 뿐이다. 영원하고 원래의 '본'이 있는데 그것은 하늘나라다. 본향이고 성경적이로 영적인 세계이다. 그리고 그것은 복음이다. 기준이 달라진다. 완전히 달라진다. 세상의 눈에는 싸움을 못하는 찌지리이지만 가족안에서는 '주안에서는' 달라지는 것이다. 모든 가족의 합의 하에 말이다.
아무튼 "거침없이 하이킥" 때 늦게 재미를 느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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