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12월 27일 목요일

웃으면서 살자 <세상의 바보들에게 웃으면서 화내는 방법: 움베르트 에코> 서평



우선, 이 책을 어떻게 알게 되었더라? 서점을 이리저리 뒤지다 발견했나? 아마도 움베르트 에코라는 분의 소개를 보고, 또 그의 쓴 책의 현학적인 지적 냄새를 맡았는지 모르겠다. 그래서 몇 권을 #책읽기라는 태그를 달았었고, 그래서 회사 독서 활동에 추천을 했을 것이다. 이 책 말고도 다른 에코의 책을 추천했는데, 이 책 제목에서 또 풍겨나오는 해학적인 요소가 재미있을 것 같아 또 가장 먼저 선정되지 않았나 한다. 
<세상의 바보들에게 웃으면서 화내는 방법>이라.. 그저 제목만 보아서는 자기 개발 서적에 놓아도 될 듯 하다. 관계 처세술 정도?! 화 잘 내는 방법? 그러나 그것은 또 하나의 나의 무지의 상상력이었다. 이 책은 세상의 지식과 정말 웃지 못할 - 그러나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냥 그저 넘어가는 것에 화내는 방법에 관한 총체적인 글들의 집합이다. 원래는 프랑스 어느 잡지에 기고한 글들을 모은 것이라 한다. 그래서 책 전체적인 스토리가 있는 것이 아니라 (분류는 되어 있지만) 움베르트 에코가 경험한 것 위주로 단편 글들의 모음이다. 

이런거다. 이 책 처음 글이 여행 가방에 관한 것인데, 아마도 에코가 산 여행용 가방이 자주 넘어진 모양이다. 그리고서 자신을 비웃기라도 한듯 2-3년 후에 넘어지지 않도록 세로로된 가방이 나온 경험에 대한 것인데, 왜 이런 가방이 처음부터 나오지 않았냐고 생각하고 말하면서 지식의 글들을 뿜어 내는 것이 이 책 제목이 말하는 바보에게 화내는 방법인것이다. 나는 이 처음 글을 접하면서 든 생각이 에코가 생각한 세상의 바보에게 화낼게 아니라 왜 바보가 있는지 생각해 봐야 하지 않는가?! 라는 강력한 의문이 들었다. 물론 답이 없다. 그렇기 때문에 결론은 바보는 존재 할 수 밖에 없고 내가 바보가 될 수 있으며, 항상 그러한 불편함과 한계 자체가 세상인걸 어쩌랴 하면 할말이 없는 것이다. 또 바보가 존재하지 않는다면 나는 불안해서 어떻게 사나 생각이 들지 않을 수 없다. 세상에 그래도 바보가 있다는 것이 어느정도 안심이 되고 나에게 스트레스를 덜 줄것이라는 생각은 나만 그런것이 아닐 듯 하다. 
아무튼 이렇게 저자 자신이 생각해서 그의 지성으로 판단하기에 세상에 존재하는 바보들에게 여러번에 나누어 일침을 가할 때 무릎을 치는 내용도 있었고, 뭐 이렇게까지 이야기 해야 하나? 하는 것도 있었다는 점을 말하고 싶다. 무릎을 쳤던 내용은 역시 나의 일과 관련된 내용이었다. 기술문서를 쓰는 것에 대한 것인데, 역시 작가라 그런지 표현 하나는 탁월하게 했다는 생각이다. 
"문제는 당신이 받은 그 대답이 (겨우 찾아 낸 소프트웨어의 도움말을 말한다) 당신의 질문에 대한 답이 아니라, 대략적으로 보아 당신의질문에서 물음표만 제거한 꼴이.."
나도 기술문서를 작성하는 사람인지라 이러한 지적이나 표현을 보면 찔리지 않을 수가 없다. 내가 쓴 글이 읽는 이로 하여금 얼마나 도움이 되나 생각할 때 정말이지 어디 쥐구멍에라도 들어가고 싶은 심정이니까 말이다. 
그래도 에코의 핵심적인 책을 읽어보지 못했다라는 아쉬움이 남는다. 물론 이해할 수 있는 것에 한계가 있겠지만 말이다. 
약간은 쓰다 말은, 읽다 말은 서평 같은데 - 이 책으로 인해 얻을 수 있었던 결론은, 글을 쓰고 말하는 것에 대한 자극을 조금이나마 받았다는 것이다. 글을 쓰는 사람이 글을 쓴다. 말을 하는 사람이 말을 하는 것이다. 그러니 글을 쓰고 말을 하는 것에 두려움을 느끼지 말자. 그리고 말하는 것에도, 그리고 또 사람을 대하는 것에도 웃으면서 대하도록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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